2017/11/07 16:33

거리에서 현실

- 버스가 정류장으로 속도를 줄이며 비껴 들어온다. 완전히 정지하지 못하고 공회전을 하다가 다시 속도를 내지르는데, 그럴 때마다 배기통에서 터져 나오는 연기가 정류장 칸막이로 들이닥친다. 그 안에 든 사람들이 하루 오염권장량을 한 눈금 채운다. 
  버스정류장을 담당한 청소부가 비질을 한다. 담배꽁초 하나가 쓰레받기에 쓸려 들어간다. 빨대가 꽂힌 종이곽은 공사장 칸막이 밑으로 슬쩍 사라진다. 그렇게 몇 가지 버려진 것들이 칸막이 뒤로 슬쩍 사라진다. 

- 개가 짖던 담벼락에서 나이 든 얼굴이 연기를 피운다. 담배를 다시 입에 무는 모양이 뭔가를 던지는 줄 알고 지나가던 사람이 놀라 순간 몸을 뻗댄다. 그 동작이 자신이 걷는 속도보다 느린 것을 보고 다시 가던 길을 가다가, 뒤를 한 번 돌아본다. 왠지 통쾌한 담배였다.  
 
- 오토바이를 탄 배달부가 큰 소리로 말한다. 영문 모르고 길에서 걷던 사람들이 말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두리번거리는데, 말소리는 오토바이에 실려가는 중이다. 오늘 하루도 재수없는 일들이 많았을 터였다. 배달부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사장이나 손님은 없기 때문에 오토바이가 말할 기회를 준 것이다. 너무 좋거나 싫을 때 사람은 큰 소리로 말을 한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